더 강해져라, 나의 에이스 취향에 대한 이야기

패패패패류패패패패류패패패패류의 지리한 나날들,
그 때 우리는 류현진이 나오는 날만 이기는 허접한 팀이었는데, 이제는 류현진이 나와도 이기지 못하는 더 거지같은 팀이 되었다. 우리 팀은 꼴찌라도 에이스가 등판하는 날엔 점수 팍팍 뽑아준다며 봉크라이니 윤크라이를 비웃던 나날들은 희미한 추억이 되었고, 심지어 시즌 두 달만에 이놈의 팀은 류현진을 역대 최고의 불운한 투수로 만들어버렸으니-

10경기 방어율 2.57 탈삼진 93 70이닝. 이 아름다운 기록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참혹할 따름.
10경기 중 꼴랑 2승. 무려 그 중 5번이 ND 되시겠다. 같이 울자. ㅠㅠ

무릇 환경이라는 것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고, 세상에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은 대단히 많다. 한화라는 팀, 기본기 없는 수비에 에러를 남발하는 야수들, 상대 투수를 류현진 동급으로 만들어버리는 물빠따. 덕아웃의 쓰레기통을 걷어찬다해도, 왜 이런 팀에서 나만 고생일까 한숨을 지어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미 류현진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바티스타가 시즌 3승 기회를 고스란히 날려버린 지난 주에도, 좋은 찬스를 다 날리고 끝끝내 ND를 만들어버린 어제 경기에서도, 류현진은 그저 환하게 웃을 뿐.

그러나 기적이라는 것은, 전설이라는 것은 본래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장애물을 딛고 일구어지는 것이다. 그 어느 날 정민철 코치의 은퇴경기가 그랬듯, 이 팀이 너무나 약하기 때문이 감동적인 순간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보았지 않은가 말이다. 수비와 득점 지원 빵빵한 여느 에이스와는 달리, 나의 에이스는 마운드에서의 고독을 이겨내는 법과 못난 야수들을 감싸안는 관용, 남 탓하지 않는 책임감, 나쁜 일은 쉬이 떨쳐버리는 대범함을 매일매일 배우고 있다고. 그래서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고.

나는 그렇게 믿을란다.(아니 그렇게라도 믿어야 살겠다. 하..)
나의 에이스는 끝이 어딘지 모르게 성장하고 있다.

+ 저작권 문제로 경고를 받아 수정하려다 글 홀라당 삭제하고 다시 올린다. 아 이런 삽질을. 
  덧글 올려주신 분들 모두 죄송합니다. 꾸벅.

무능을 곱씹는 시간 사는 이야기

스스로 무능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은 표를 만들다, 전체 펀드설정액의 단위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데이터는 십조원이었는데, 조원인 줄 알고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 여태 모르고 있다가 다른 숫자 구하다 발견하고는, 과장님께 깨갱하며 이실직고. 뭐 그럴 수도 있다. 사람이 실수도 할 수 있으나, 헌데 이런 실수가 종종 있다는 게 문제지. -_-

과장님이 다시 보시겠지 싶어 확인을 잘 안 하는 것도 있고, 또 숫자에 대한 감이 잘 없달까. 나름 공대생에 제일 좋아하는 과목도 수학이었건만, 이를테면 금융시장에 관련된 어떤 숫자(예를 들면 자산규모 같은)를 우리 조직 사람들은 대충이라도 감을 잡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몇 천억인지 조원인지 몇십조인지 그런 감을 잡기가 힘이 든다. 뭐 내가 더 노력해야하는 문제겠지.

또 하나. 나는 도전적, 적극적, 진취적. 이런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업무를 발굴해 수행한다'는 것은 윗 사람들이 늘 찬양해마지 않는 업무자세 아닌가. 그런 주문이 들어오면, 또는 그런 필요가 느껴질 때면, 움츠려들고 만다. 일에 대한 열정, 적극적인 업무자세. 이런 건 어떻게 해야 되는 거냐. 휴.  

게다가 난 결혼을 했잖어.
결혼 후에는, 사다놓은 쪽파 두부 등의 야채가 별로 쓰지도 못했는데 상해서 음식물쓰레기통으로 직행할 때라던가. 한시간동안 양지를 끓여 육수를 낸 떡국이 맛이 없을 때. 나름 열심히 요리하고 상을 차렸다 싶어도 밥상이 훵할 때. 등등이 추가되었다.

그 뿐인가. 직장 동료 및 상사와의 관계에서도. 때로는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어떻게 해야 친밀하고 협조적인 관계로 만들 수 있는 건지. 어떻게 해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을지. 어려울 때가 많다.
 
교과서적인 언어로 말해본다면, 더 성장할 여지가 많은 거잖아!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하는 거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잡문 사는 이야기

+
언니네이발관 연말공연을 보러갔었다. 사람들로 가득찬 홍대 브이홀의 구석에 앉아 가로막힌 기둥 사이로 오직 능룡군만 보다 왔다. 아름다운 것과 인생은 금물과 2002년의 시간들을 흥얼흥얼. 가사를 대충이나마 외우는 곡들은 그 정도라.

언젠가 다시는 이발사들의 공연에 오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었지만, 어쩌랴. 점점 더 댁들이 좋아지는 것을.

이석원의 감성과 생각에 몇 가지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아니 아주 좋아하는 부분이 있다.
특유의 까칠한 사람들이 갖는 타인에 대한 예의 같은 것. 이를 테면 이석원이 귀한 시간과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여기에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하는 말을 들으면 진짜로 이 사람이 감사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하나. '꿈이 없다고 고민하지 말아라'라는 말을 과감히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어디 흔하더냐. '목표의 성취' 또는 '꿈의 실현'외의 다른 것을 행복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것에 대해 패배주의를 들이댄다면 글쎄. 수많은 보통의 존재들을 루저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그건 온당치 않은 것 같다.

특히 최근에 아주 마음에 들었던 문구는 이거다.

"델리애들 이번 신보가 어떤 평가를 받을진 모르겠으나 지금 이순간 현재진행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앨범 한두장 내고 십년동안 활동 안해서 전설이 되는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박찬호의 한국행에 대해서나, 꾸준히 새앨범 내고 공연하며 음악활동을 이어온 이승환이 오랜 공백 끝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또래 뮤지션들에 비해 홀대되는 것을 볼 때 가끔 들었던 생각이기도 한데, 이렇게 멋지게 표현해낼 수 있구나 싶었다.

게다가 (지극히 나만의 관점에서) 음반을 내면 낼수록, 음악을 하면 할수록 멋져지고 빛이 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데뷔앨범에서 모든 재능이 폭발하여 정점을 찍고 마는 사람이 있는데, 언니네이발관은 전자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있다.

+
하루키의 잡문집을 샀다. 번역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하루키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재번역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하루키가 번역한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니. 와우. 일어를 공부해서라도 한 번 읽어보고 싶지만 건 귀찮고. -_- 여튼 꽤나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글에 대한 평가야 각양각색이겠으나, 나름 세계적인 작가라 할 만한 하루키가 역시 현대고전이라고 꼽을 만한 소설을 번역했다? 와우. '나는 가수다'에서 원래도 좋은 노래가 약간의 편곡을 거치고 보컬을 바꿔 더 좋아지는 그런 느낌일까?

그 다음 챕터가 레이몬드 카버의 이야기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레이몬드 카버의 <대성당>을 김연수 작가가 번역했단다. 흠. 나도 김연수의 단편소설이나 에세이는 꽤나 좋아하는 편. 하루키의 <호밀밭의 파수꾼> 대신 김연수의 <대성당>이라도 읽어볼까.

+
결혼한지 오늘로 87일째.
나의 결혼생활은 무탈하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단, 남편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ㅋㅋ
산들산들한 미풍을 타고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뭐 가끔은 미울 때도 있지만, 대체로 남편은 착하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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